채소는 냉장고에 넣어야 오래간다고 다들 믿습니다. 저도 한때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가락시장에서 바질을 다뤄온 지 꽤 됐을 무렵, 냉장고에 넣은 바질이 다음 날 아침 시커멓게 변해 있는 걸 처음 봤을 때의 당혹감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품목이었습니다.바질 고르는법 — 잎 한 장이 전부를 말한다진열대에서 바질을 고를 때 저는 제일 먼저 잎 가장자리를 봅니다. 말려 있거나 검은 점이 찍힌 것은 이미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라 집에 가져가도 하루를 버티기 어렵습니다. 절단면, 즉 줄기 밑동이 갈색으로 산화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팔린 지 시간이 꽤 지난 물건입니다.잎 색깔은 밝은 연두색이 이상적입니다. 짙은 녹색에 잎이 두툼한 건 웃자란 것으로, 한 번 손으로 잎을 눌러보면 금방 압니다. ..
마트 진열대에서 비트를 집었다가 "이거 어떻게 먹는 거지?" 싶어 내려놓은 적 있으신 분들 꽤 많을 겁니다. 저도 유통 현장에서 수년을 보내면서, 비트만큼 가격이 조금만 내려가면 불티나게 팔리고 또 가격이 오르면 손님들이 슬그머니 내려놓는 채소를 본 적이 없습니다. 좋은 건 알겠는데 어떤 걸 골라야 할지, 사고 나서 어떻게 두어야 할지 막막한 분들을 위해 제가 현장에서 직접 겪어보고 쌓은 기준을 정리했습니다.신선도 확인 — 진열대에서 제가 실제로 보던 기준비트는 명아주과(Chenopodiaceae)에 속하는 뿌리채소입니다. 명아주과란 시금치, 근대와 같은 과에 속하는 식물 분류로, 뿌리에 당분과 색소가 풍부하게 축적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원산지는 아프리카 북부 지중해 연안으로, 서양에서는 파프리카·브로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파주 농원 하우스 안에서 바나나 송이가 천장 가까이 매달려 있는 걸 직접 봤을 때, 처음엔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수십 년 시장에서 과일을 다뤄온 저도 몰랐던 사실 — 바나나는 이제 경기도에서도 자랍니다. 기후변화가 국내 농업 지도를 조용히 바꾸고 있고, 그 변화의 속도가 생각보다 훨씬 빠릅니다.재배 확산: 왜 경기도에서 바나나가 자라는가제가 파주 농원에서 바나나를 처음 본 날, 농원 관계자분이 하신 첫 마디가 인상 깊었습니다. "하우스 안 온도와 습도를 하루도 빠짐없이 잡아줘야 해요." 그 말 한마디에 이 작물이 얼마나 까다로운지가 다 담겨 있었습니다.바나나는 원산지가 열대·아열대 지역인 만큼 연평균 26~28도의 고온과 70% 내외의 습도가 필요합니다. 국내 노지에서는..
처음 머루 상자를 받아 들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표면에 뽀얗게 낀 흰 가루를 보고 "이거 농약 아니에요?"라는 말이 나왔거든요. 그게 벌써 10년 전 일인데, 지금도 시장에서 머루를 사는 분들 중 상당수가 같은 오해를 하고 있습니다. 야생에서 자란 산머루와 요즘 마트에서 파는 개량 머루포도, 이 둘은 겉모양은 비슷해도 성질이 꽤 다릅니다. 야생 머루가 시장에 나타나는 계절9월 초가 되면 경매장 한쪽에 낯선 상자들이 조용히 쌓이기 시작합니다. 청포도나 캠벨 상자와는 분명히 다른, 알이 잔뜩 작고 색이 거의 검은 데다 표면이 뿌옇게 덮인 그 상자들이 바로 산머루입니다. 제가 직접 다뤄봤는데, 처음 몇 년은 이 물건의 특성을 몰라서 꽤 손해를 봤습니다.머루는 포도과에 속하는 덩굴식물로, 산..
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쪽파를 잎 색깔만 보고 골랐습니다. 그러다 시장에서 직접 물건을 받아보고 나서야, 뿌리를 보지 않으면 신선도를 반도 못 읽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쪽파는 회전이 빠른 채소라 새벽 물건과 하루 지난 물건 사이에 눈에 띄는 차이가 생깁니다. 그 차이를 구분하는 기준을 제가 직접 몸으로 익힌 방식으로 풀어봤습니다.신선도 확인 — 뿌리를 먼저 눌러보세요제가 시장에서 일하면서 제일 많이 드렸던 말씀이 있습니다. "뿌리를 손가락으로 한번 눌러보세요." 단단하게 저항감이 있으면 싱싱한 것이고, 물컹하게 들어가면 오래된 것입니다. 이게 제 경험상 가장 빠르고 정확한 신선도 확인법이었습니다.쪽파의 흰 뿌리 부분, 농업에서는 이 부분을 인경부(鱗莖部)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해 땅속에 묻혀 있던 비늘줄..
비 오는 날 가락시장에서 부추 상인들의 표정이 굳어지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부추는 빗물을 맞는 순간부터 잎 조직이 무르기 시작하는, 채소 중에서도 특히 다루기 까다로운 작물입니다. 저도 농산물을 직접 떼다 팔던 시절, 비 오는 날 새벽 입고된 부추를 받아서 물기를 털어내던 기억이 아직도 손끝에 남아 있습니다.신선도 확인 — 눈과 손끝으로 먼저 읽는다부추는 마늘·양파·파와 같은 계열의 채소입니다. 이 무리는 특유의 알싸한 향을 내는 황 성분을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데, 부추 특유의 향도 여기서 나옵니다. 예로부터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채소로 알려져 왔습니다.제가 시장에서 직접 겪어보니, 부추를 고를 때 손님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하나 있습니다. 잎의 전체 색깔만 보고 집어 든다는 것입니다. 정작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