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대목이 다가오면 시장 통로까지 배 상자가 밀려 나옵니다. 저는 가락 농수산물 시장에서 삼십 년 가까이 농산물을 떼다 팔았는데, 그 혼잡한 새벽에도 눈이 제일 먼저 가는 건 늘 배 상자였습니다. 같은 상자에 담겨 나와도 손에 들어보면 맛이 갈린다는 걸 그 자리에서 배웠습니다.품종 선택과 신선도 확인 — 시장에서 배운 것들배를 고를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질문이 "어떤 품종을 사야 하나"입니다. 저는 손님들께 용도부터 여쭤보는 편이었습니다. 오래 두고 드실 거라면 신고배, 바로 드시거나 선물로 드릴 거라면 원황배나 황금배를 권했습니다.원황배는 일찍 익는 품종입니다. 같은 배라도 다른 품종보다 먼저 수확돼서, 추석이 이른 해에는 시장에 제일 먼저 올라옵니다. 단맛과 향이 강해 선물용으로 내놓으면 받는 분..
마트에서 하얗게 씻어 랩에 싸인 토란을 보고 저도 한동안 그게 더 좋은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장에서 농산물을 직접 떼다 팔아온 경험이 쌓이면서, 흙 묻은 토란이 왜 더 나은지를 몸으로 배웠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제철을 맞은 토란, 사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을 정리했습니다.깨끗한 토란이 더 좋다는 생각, 저도 틀렸습니다 — 고르는 법처음 장사를 시작했을 때, 상자에서 꺼낸 토란을 물로 씻어 하얗게 만들어 진열했습니다. 보기에 훨씬 좋았고, 그날 판매도 잘 됐습니다. 그런데 이틀 뒤, 껍질이 쭈글쭈글해지면서 무르기 시작하는 걸 직접 봤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흙이 단순한 오염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흙은 토란 껍질의 수분을 지켜주는 일종의 보호막 역할을 합니다. 흙을 씻어내는 순간 껍질은 바로..
솔직히 저도 오랫동안 더덕을 크기로 골랐습니다. 굵고 매끈하면 좋은 거라고 당연히 여겼죠. 가락시장 좌판에서 서른 해 가까이 농산물을 떼다 팔면서 그게 틀렸다는 걸 알았습니다. 더덕은 크기 값이 아니라 향 값을 하는 물건입니다. 좋은 더덕을 고르는 기준부터 국산과 수입산을 구별하는 법, 손질하고 보관하는 요령까지 제가 직접 겪어온 이야기를 풀어드립니다.좋은 더덕 고르는 기준 — 크기가 아니라 향입니다가을이 되면 강원도 쪽에서 더덕이 상자로 올라옵니다. 상자를 열 때마다 좌판 전체에 향이 확 퍼지는데, 그 순간의 강도만으로도 물건이 좋은지 아닌지 대충 감이 왔습니다. 상자를 열자마자 코를 찌르는 향이 없으면 그날은 팔기 전부터 마음이 무거웠습니다.그런데 손님들은 꼭 굵고 매끈한 것부터 집으셨습니다. "이게..
새송이버섯은 제철이 따로 없습니다. 톱밥을 채운 배지에 균을 심어 실내에서 키우는 버섯이라, 계절과 상관없이 사철 같은 품질로 나옵니다. 저는 청과 쪽에서 삼십 년 가까이 새벽 경매장을 드나들었는데, 버섯 상자만큼은 한겨울에도 한여름에도 늘 같은 자리에 같은 모양으로 쌓여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같은 품종 두 봉지를 놓고 어떤 것을 골라야 하는지, 어떻게 썰고 어떻게 보관해야 하는지는 꽤 차이가 납니다.신선한 새송이버섯 고르는 법일반적으로 버섯은 갓이 크고 탐스러운 것이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새송이버섯만큼은 제 경험상 이게 거꾸로입니다. 새송이는 갓보다 기둥(대)을 주로 먹는 버섯이라, 갓이 작더라도 대가 굵고 곧게 뻗은 것이 훨씬 실속 있습니다. 갓이 활짝 펴져 뒤집히듯 벌어진 것은 수확한 지 오래된 ..
며칠 전부터 새벽 공기가 확 달라졌습니다. 이맘때부터 시장에 내려오는 양배추는 속이 단단해지고 단맛도 올라옵니다. 그런데 물건이 아무리 좋아져도 고르는 눈이 없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마트에서 양배추를 고를 때 큰 것부터 집어 드신 적 있으신지요.제대로 된 양배추 고르는 법 — 눈보다 손이 먼저입니다양배추를 고를 때 겉모습만 보고 담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반드시 손으로 무게부터 확인합니다. 같은 크기라도 들었을 때 묵직한 쪽이 속이 꽉 찬 것입니다. 양배추는 잎이 속으로 겹겹이 촘촘하게 감기면서 자라는데, 이게 잘 되면 크기에 비해 무게가 나갑니다. 겉으로는 커 보여도 들었을 때 가볍거나 손으로 눌러보면 쑥 들어가는 느낌이 나면 속이 헐거운 것이니 피하는 게 맞습니다.저 같은 경우 손님이 큰 걸 고르시면..
가락시장에서 단감을 팔던 시절, 9월에 들어온 첫 물건을 보고 "올해도 예쁘게 됐네" 하고 흐뭇했다가 손님들이 연달아 실망하고 돌아가는 걸 보면서 깨달은 게 있습니다. 색만 봐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단감은 고르는 법과 시기를 함께 알아야 제대로 먹을 수 있는 과일입니다. 단감 고르는 법 — 손이 먼저 압니다제가 시장에서 단감을 고를 때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손으로 들어보는 일입니다. 눈으로는 비슷해 보여도 들었을 때 유난히 묵직한 놈이 있거든요. 그게 과육 안에 수분이 꽉 들어찬 겁니다. 반대로 크기만 크고 들었을 때 허전한 느낌이 드는 것은 속이 비었거나 바람이 든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저울로도 눈으로도 잡히지 않는 차이인데, 손에는 바로 잡힙니다.꼭지도 꼭 확인했습니다. 꼭지가 바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