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새벽 공기가 확 달라졌습니다. 이맘때부터 시장에 내려오는 양배추는 속이 단단해지고 단맛도 올라옵니다. 그런데 물건이 아무리 좋아져도 고르는 눈이 없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마트에서 양배추를 고를 때 큰 것부터 집어 드신 적 있으신지요.제대로 된 양배추 고르는 법 — 눈보다 손이 먼저입니다양배추를 고를 때 겉모습만 보고 담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반드시 손으로 무게부터 확인합니다. 같은 크기라도 들었을 때 묵직한 쪽이 속이 꽉 찬 것입니다. 양배추는 잎이 속으로 겹겹이 촘촘하게 감기면서 자라는데, 이게 잘 되면 크기에 비해 무게가 나갑니다. 겉으로는 커 보여도 들었을 때 가볍거나 손으로 눌러보면 쑥 들어가는 느낌이 나면 속이 헐거운 것이니 피하는 게 맞습니다.저 같은 경우 손님이 큰 걸 고르시면..
가락시장에서 단감을 팔던 시절, 9월에 들어온 첫 물건을 보고 "올해도 예쁘게 됐네" 하고 흐뭇했다가 손님들이 연달아 실망하고 돌아가는 걸 보면서 깨달은 게 있습니다. 색만 봐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단감은 고르는 법과 시기를 함께 알아야 제대로 먹을 수 있는 과일입니다. 단감 고르는 법 — 손이 먼저 압니다제가 시장에서 단감을 고를 때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손으로 들어보는 일입니다. 눈으로는 비슷해 보여도 들었을 때 유난히 묵직한 놈이 있거든요. 그게 과육 안에 수분이 꽉 들어찬 겁니다. 반대로 크기만 크고 들었을 때 허전한 느낌이 드는 것은 속이 비었거나 바람이 든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저울로도 눈으로도 잡히지 않는 차이인데, 손에는 바로 잡힙니다.꼭지도 꼭 확인했습니다. 꼭지가 바짝 ..
채소는 냉장고에 넣어야 오래간다고 다들 믿습니다. 저도 한때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가락시장에서 바질을 다뤄온 지 꽤 됐을 무렵, 냉장고에 넣은 바질이 다음 날 아침 시커멓게 변해 있는 걸 처음 봤을 때의 당혹감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품목이었습니다.바질 고르는법 — 잎 한 장이 전부를 말한다진열대에서 바질을 고를 때 저는 제일 먼저 잎 가장자리를 봅니다. 말려 있거나 검은 점이 찍힌 것은 이미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라 집에 가져가도 하루를 버티기 어렵습니다. 절단면, 즉 줄기 밑동이 갈색으로 산화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팔린 지 시간이 꽤 지난 물건입니다.잎 색깔은 밝은 연두색이 이상적입니다. 짙은 녹색에 잎이 두툼한 건 웃자란 것으로, 한 번 손으로 잎을 눌러보면 금방 압니다. ..
마트 진열대에서 비트를 집었다가 "이거 어떻게 먹는 거지?" 싶어 내려놓은 적 있으신 분들 꽤 많을 겁니다. 저도 유통 현장에서 수년을 보내면서, 비트만큼 가격이 조금만 내려가면 불티나게 팔리고 또 가격이 오르면 손님들이 슬그머니 내려놓는 채소를 본 적이 없습니다. 좋은 건 알겠는데 어떤 걸 골라야 할지, 사고 나서 어떻게 두어야 할지 막막한 분들을 위해 제가 현장에서 직접 겪어보고 쌓은 기준을 정리했습니다.신선도 확인 — 진열대에서 제가 실제로 보던 기준비트는 명아주과(Chenopodiaceae)에 속하는 뿌리채소입니다. 명아주과란 시금치, 근대와 같은 과에 속하는 식물 분류로, 뿌리에 당분과 색소가 풍부하게 축적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원산지는 아프리카 북부 지중해 연안으로, 서양에서는 파프리카·브로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파주 농원 하우스 안에서 바나나 송이가 천장 가까이 매달려 있는 걸 직접 봤을 때, 처음엔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수십 년 시장에서 과일을 다뤄온 저도 몰랐던 사실 — 바나나는 이제 경기도에서도 자랍니다. 기후변화가 국내 농업 지도를 조용히 바꾸고 있고, 그 변화의 속도가 생각보다 훨씬 빠릅니다.재배 확산: 왜 경기도에서 바나나가 자라는가제가 파주 농원에서 바나나를 처음 본 날, 농원 관계자분이 하신 첫 마디가 인상 깊었습니다. "하우스 안 온도와 습도를 하루도 빠짐없이 잡아줘야 해요." 그 말 한마디에 이 작물이 얼마나 까다로운지가 다 담겨 있었습니다.바나나는 원산지가 열대·아열대 지역인 만큼 연평균 26~28도의 고온과 70% 내외의 습도가 필요합니다. 국내 노지에서는..
처음 머루 상자를 받아 들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표면에 뽀얗게 낀 흰 가루를 보고 "이거 농약 아니에요?"라는 말이 나왔거든요. 그게 벌써 10년 전 일인데, 지금도 시장에서 머루를 사는 분들 중 상당수가 같은 오해를 하고 있습니다. 야생에서 자란 산머루와 요즘 마트에서 파는 개량 머루포도, 이 둘은 겉모양은 비슷해도 성질이 꽤 다릅니다. 야생 머루가 시장에 나타나는 계절9월 초가 되면 경매장 한쪽에 낯선 상자들이 조용히 쌓이기 시작합니다. 청포도나 캠벨 상자와는 분명히 다른, 알이 잔뜩 작고 색이 거의 검은 데다 표면이 뿌옇게 덮인 그 상자들이 바로 산머루입니다. 제가 직접 다뤄봤는데, 처음 몇 년은 이 물건의 특성을 몰라서 꽤 손해를 봤습니다.머루는 포도과에 속하는 덩굴식물로,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