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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시장에서 단감을 팔던 시절, 9월에 들어온 첫 물건을 보고 "올해도 예쁘게 됐네" 하고 흐뭇했다가 손님들이 연달아 실망하고 돌아가는 걸 보면서 깨달은 게 있습니다. 색만 봐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단감은 고르는 법과 시기를 함께 알아야 제대로 먹을 수 있는 과일입니다.

단감 고르는 법 — 손이 먼저 압니다
제가 시장에서 단감을 고를 때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손으로 들어보는 일입니다. 눈으로는 비슷해 보여도 들었을 때 유난히 묵직한 놈이 있거든요. 그게 과육 안에 수분이 꽉 들어찬 겁니다. 반대로 크기만 크고 들었을 때 허전한 느낌이 드는 것은 속이 비었거나 바람이 든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저울로도 눈으로도 잡히지 않는 차이인데, 손에는 바로 잡힙니다.
꼭지도 꼭 확인했습니다. 꼭지가 바짝 마르고 과실에서 들뜬 것은 수확한 지 오래된 물건입니다. 꼭지가 파릇하고 감에 딱 달라붙어 있는 것이 신선한 것이지요. 꼭지 주변에 검게 변한 부분이나 갈라짐이 있는 것도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껍질 색은 균일한 주황빛에 광택이 있는 것을 골랐습니다. 간혹 껍질에 흑반(黑斑)이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흑반이란 병해나 물리적 마찰에 의해 껍질 표면에 생기는 검은 반점을 말합니다. 아주 작은 것은 무방한 경우도 있지만, 넓게 번진 것은 과육까지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어 저는 피했습니다.
국내에서 주로 유통되는 단감 품종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부유(富有)와 차랑(次郎)인데, 부유는 껍질이 매끈하고 둥글넓적한 형태로 시장 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차랑은 부유보다 각이 지고 납작한 편으로 육질이 더 단단해 아삭한 식감이 강합니다. 취향에 따라 고르면 되는데, 저는 아삭한 식감을 좋아해서 차랑을 만나면 따로 챙겨두는 편이었습니다.
좋은 단감을 고르는 핵심 체크리스트
- 크기 대비 묵직한 것 — 과육 안에 수분이 충분히 찬 증거입니다
- 껍질이 균일한 주황빛에 광택이 있는 것 — 고르게 익은 상태입니다
- 꼭지가 파릇하고 과실에 밀착된 것 — 수확 후 시간이 짧을수록 꼭지가 살아 있습니다
- 꼭지 주변 갈라짐이나 흑반이 없는 것 — 병해나 마찰 흔적이 없는 깨끗한 상태입니다
단감은 제주에서 먼저 올라옵니다
제가 손님들한테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 두 가지였습니다. "언제 나온 게 제일 맛있어요?"와 "단감 많이 먹으면 변비 걸리지 않아요?" 였습니다. 30년 가까이 장사하면서 수백 번은 들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두 가지 모두 시장에 잘못된 상식이 퍼진 사례였습니다.
먼저 수확 시기 이야기부터 하자면, 단감의 당도는 일교차(日較差)와 깊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일교차란 하루 중 가장 높은 기온과 가장 낮은 기온의 차이를 말하는데, 이 폭이 벌어질수록 과일이 낮 동안 광합성으로 만든 당분을 밤에 소모하지 않고 과육에 쌓아두게 됩니다. 그래서 날이 차가워지는 늦가을로 갈수록 단감 맛이 확실히 붙는 것입니다.
출하 흐름을 보면, 기온이 높은 남쪽에서 먼저 수확이 시작됩니다. 9월 중하순이면 제주도 물량이 먼저 올라오고, 이어 경남 창원·김해·진영, 전남 순천·광양 같은 남해안 산지로 이어집니다.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이 초반 물건들은 색은 예뻐도 당도가 충분히 오르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첫 물건이 들어와도 손님들께 솔직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이건 지금 색만 든 거예요, 조금만 기다리셨다가 드시는 게 나아요" 하고요. 그러면 나중에 다시 찾아오신 분들이 열에 아홉이었습니다.
제 경험상 10월 하순에서 11월로 넘어가는 물건이 가장 좋았습니다. 특히 서리가 한 번 내리고 나면 단감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같은 크기, 같은 색인데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단맛의 무게가 다른 겁니다. 이건 수치로 잡히는 게 아니라 오래 만져본 사람만 아는 차이입니다.
단감 먹으면 변비 걸린다는 말
변비 이야기는 더 억울한 오해입니다. 단감(Diospyros kaki)은 나무에 달린 상태에서 타닌(tannin)이 자연스럽게 불용성(不溶性)으로 바뀌는 품종입니다. 타닌이란 수렴 작용을 하는 성분인데, 불용성으로 바뀌면 체내에 흡수되기 어려워 수렴 작용이 거의 나타나지 않습니다. 변비와 연관된 것은 타닌이 그대로 살아 있는 떫은감에 해당하는 이야기이고, 단감은 애초에 다른 품종입니다. 저는 가을 내내 팔다 남은 단감을 하루에 서너 개씩 먹으면서 지냈는데, 변비가 생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같이 일하던 분들도 마찬가지였고요. 오히려 단감에는 식이섬유가 들어 있어 배변 활동에 도움이 되는 쪽에 가깝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감」 항목에서도 단감과 떫은감의 품종 차이를 구분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단감을 아예 피하시는 분들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잘못된 정보 하나가 좋은 제철 과일을 못 먹게 막고 있는 셈이니까요.
요약: 단감은 10월 하순~11월 물건이 가장 맛있고, 변비 유발 속설은 떫은감에서 비롯된 오해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단감은 언제 사야 가장 맛있나요?
A. 10월 하순에서 11월 사이가 가장 좋습니다. 서리가 한 번 내리고 나면 일교차가 벌어지면서 과육에 당분이 충분히 축적됩니다. 9월 중하순에 나오는 첫 물건은 색은 고와도 당도가 덜 오른 경우가 많으니, 시기를 조금 기다리는 편이 훨씬 이득입니다.
Q. 단감 먹으면 진짜 변비 걸리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변비와 연관된 수렴 성분인 타닌은 단감이 나무에서 익는 과정에 이미 불용성으로 바뀌어 체내에서 작용하지 않습니다. 변비 우려는 타닌이 그대로 남아 있는 떫은감에 해당하는 이야기이고, 단감은 처음부터 품종이 다릅니다. 오히려 식이섬유가 포함되어 있어 적당량 섭취하면 배변에 도움이 되는 쪽입니다.
Q. 부유랑 차랑 중에 뭘 골라야 하나요?
A. 취향에 따라 다릅니다. 부유는 껍질이 매끈하고 둥글넓적하며 국내 단감 유통 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차랑은 각지고 납작한 형태에 육질이 더 단단해 아삭한 식감이 강합니다. 아삭하게 씹히는 맛을 좋아하신다면 차랑을 한 번 찾아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Q. 단감 껍질에 검은 반점이 있으면 먹으면 안 되나요?
A. 작은 흑반은 병해보다 유통 과정의 마찰로 생기는 경우도 있어 아주 작은 것은 무방한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반점이 넓게 번져 있거나 꼭지 주변까지 이어진 경우는 과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고를 때 껍질 전체를 한 번 훑어보는 습관이 도움이 됩니다.
Q. 산지가 어디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나요?
A. 달라집니다. 단감은 제주에서 시작해 경남 창원·김해·진영, 전남 순천·광양 등 남해안을 거쳐 위로 올라오는 흐름으로 출하됩니다. 산지가 북쪽으로 올라올수록 수확 시기가 늦어지고 그만큼 일교차를 더 많이 타서 당도가 올라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표시된 산지 하나만 봐도 지금 나온 게 초반 물건인지 제철 물건인지 대략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결론
단감을 오래 팔면서 제가 배운 건 결국 두 가지입니다. 시기를 알면 반은 먹고 들어가고, 손으로 들어보면 나머지 반이 해결된다는 것입니다. 9월에 나온다고 서두를 필요 없고, 10월 하순에서 11월 사이 일교차가 충분히 벌어진 다음 물건을 기다리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변비 걱정은 내려놓으셔도 됩니다. 그 이야기는 단감이 아닌 떫은감에서 비롯된 오해가 잘못 전해진 것입니다. 좋은 단감을 억지로 피해온 분이 계시다면, 이번 가을만큼은 제철 물건 한 번 편하게 드셔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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