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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주를 샀는데 다음 날 꺼내 보니 머리가 거무스름하게 변해 있더라는 이야기, 시장에서 장사하면서 손님들한테 수도 없이 들었습니다. 숙주는 녹두를 싹 틔워 기른 나물이라 물기가 많고 연해서 다른 채소보다 훨씬 빨리 변합니다. 어떻게 고르고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하루 사이에도 차이가 확 납니다.

숙주 고르는 법 — 줄기보다 머리를 먼저 보세요
오늘 새벽 시장에서 숙주 한 다라이를 찍어 왔습니다. 줄기가 하얗고 통통하고, 머리 쪽 떡잎이 노랗게 살아 있죠. 이게 막 들어온 숙주입니다. 명절이 다가오니 이런 숙주가 들어오기 무섭게 봉지에 담겨 나갔습니다.
장사를 오래 하면서 보니, 손님들이 숙주를 고를 때 제일 많이 놓치는 게 있습니다. 줄기가 하얀지만 보고 집어 드신다는 겁니다. 줄기는 물을 뿌려 두면 한동안 하얗게 보입니다. 하지만 머리, 그러니까 떡잎 색은 못 속입니다.
노랗던 떡잎이 갈색으로 변하다가 까맣게 되면, 줄기가 아무리 하얘 보여도 이미 늦은 겁니다. 그다음엔 줄기 끝이 누렇게 물러지고, 봉지를 열면 시큼한 냄새가 올라옵니다. 풋풋한 숙주 냄새가 아니라 쉰 듯한 냄새가 나면 그건 버리시는 게 맞습니다.
봉지 숙주를 고르실 때는 봉지 바닥도 꼭 보세요. 바닥에 물이 흥건하게 고여 있으면 숙주에서 물이 빠져나오기 시작한 것이고, 곧 물러진다는 신호입니다.
- 줄기가 하얗고 통통하며 윤기가 도는 것
- 떡잎(머리)이 선명한 노란빛인 것
- 뿌리 끝이 짧고 깨끗한 것
- 봉지 바닥에 물이 거의 없는 것
- 시큼한 냄새 없이 풋풋한 냄새가 나는 것
숙주 사이에 초록색 껍질이나 초록빛 잎이 섞여 있어도 놀라실 필요 없습니다. 초록 껍질은 녹두 껍질이고, 초록빛 잎은 빛을 받아 색이 변한 것이라 먹어도 괜찮습니다(출처: 새미네부엌 - 숙주 세척, 보관법). 오히려 조심하셔야 할 건 머리가 까맣게 변한 것, 냄새가 나는 것입니다.
숙주 보관법 — 봉지째 냉장고에 넣으면 하루 만에 끝납니다
손님들께 제일 많이 드린 말씀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오늘 쓸 만큼만 사 가시라는 것, 또 하나는 봉지째 냉장고에 넣지 마시라는 겁니다.
봉지째 넣어 두면 숙주가 봉지 안에서 숨을 못 쉬고 물기가 고이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하루만 지나도 끝이 물러지고 냄새가 납니다. 날이 더울 땐 반나절 만에도 표가 납니다.
바로 쓰실 거면 상관없지만, 조금이라도 두실 거라면 깨끗한 찬물에 담가 밀폐 용기에 넣어 냉장고에 두세요. 찬물에 담가 두면 숙주가 물기를 머금고 있어서 아삭함이 오래 갑니다. 다만 그 물을 그대로 두면 오히려 냄새가 나니, 하루 한 번은 꼭 물을 갈아 주셔야 합니다(출처: 데일리로그 - 콩나물과 숙주 보관법).
값이 싸다고 한 번에 많이 사 두는 건 숙주만큼은 권하지 않습니다. 과일은 하루 이틀 버티지만 숙주는 그렇지 못합니다. 결국 반은 버리게 됩니다. 숙주는 산 날 바로 쓰는 게 제일 좋은 보관법입니다.
숙주 손질과 데치기 — 짧게 데치고 바로 식히세요
숙주 손질은 어렵지 않습니다. 큰 볼에 숙주를 담고 물을 부어 살살 흔들어 씻으면, 녹두 껍질이 물 위로 떠오릅니다. 그걸 건져 내고 두세 번 헹구면 됩니다. 뿌리 끝을 하나하나 다듬는 분도 계신데, 명절처럼 바쁠 땐 굳이 안 하셔도 괜찮습니다.
데칠 때는 콩나물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숙주는 콩나물보다 훨씬 연해서, 콩나물처럼 오래 두면 흐물흐물 풀어져 버립니다. 물이 팔팔 끓을 때 넣고 1분 남짓, 숨이 살짝 죽으면 바로 건지세요.
건지자마자 찬물에 헹구는 게 중요합니다. 그냥 두면 숙주에 남은 열 때문에 꺼낸 뒤에도 계속 익어서 물러집니다. 데친 숙주는 찬물에 헹궈 물기를 꼭 짠 뒤 밀폐해서 냉장고에 두시면 하루 정도는 괜찮습니다.
데친 숙주로 차례상 나물 만드는 법은 숙주나물무침, 차례상에 올릴 땐 마늘을 빼세요에 자세히 정리해 두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숙주 머리가 갈색으로 변하면 못 먹나요?
A. 막 갈색으로 변하기 시작한 정도라면 줄기와 냄새를 같이 보세요. 줄기가 아직 탱탱하고 시큼한 냄새가 없다면 바로 손질해서 쓰셔도 됩니다. 하지만 머리가 까맣게 변했거나 냄새가 난다면 이미 늦은 겁니다.
Q. 숙주에 초록색이 섞여 있는데 상한 건가요?
A. 아닙니다. 초록 껍질은 녹두 껍질이고, 초록빛 잎은 빛을 받아 색이 변한 것이라 먹어도 괜찮습니다. 조심하실 건 초록색이 아니라, 머리가 까맣게 변한 것과 시큼한 냄새입니다.
Q. 찬물에 담가 두면 며칠이나 가나요?
A. 하루 한 번 물을 갈아 주면 2~3일 정도는 아삭합니다. 다만 날이 갈수록 조금씩 물러지니, 되도록 이틀 안에 쓰시길 권합니다.
Q. 봉지째 냉장고에 넣으면 정말 하루 만에 상하나요?
A. 봉지 안에 물이 조금이라도 고여 있던 숙주라면, 그대로 냉장고에 두었을 때 다음 날 끝이 물러지고 냄새가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로 안 쓰실 거면 찬물에 담가 통에 옮겨 두시는 게 훨씬 낫습니다.
결론
숙주는 손이 제일 급한 채소입니다. 과일도 팔아 보고 채소도 다 팔아 봤지만, 숙주만큼 빨리 변하는 건 없었습니다. 고를 때는 줄기보다 떡잎 색을 먼저 보고, 봉지 바닥에 물이 고였는지 확인하세요. 두실 때는 봉지째 넣는 습관만 버려도 훨씬 오래 쓰실 수 있습니다.
찬물에 담가 통에 넣고 하루 한 번 물을 갈아 주는 간단한 방법인데, 이걸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버리는 숙주 양이 달라집니다. 무엇보다 값이 싸다고 한꺼번에 많이 사 두지 마세요. 숙주는 그날 쓸 만큼만 사는 채소입니다.
참고: 새미네부엌 - 숙주 세척, 보관법 | 무기탄 통신 - 숙주 보관법 | 데일리로그 - 콩나물과 숙주 보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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