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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이야기

추석 탕국 무 고르는 법, 아직 가을무가 아닙니다

원두막27 2026. 9. 24. 09:38

목차


    명절 장을 볼 때 고기는 한참 들여다보면서 무는 아무거나 집어 드는 분이 많습니다. 저도 장사 처음 할 땐 무는 다 거기서 거기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탕국 한 솥 맛을 가르는 건 생각보다 무입니다. 명절 앞이면 하루에도 몇 번씩 "탕국 끓일 건데 무 좋은 걸로 하나 골라 줘요"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때 제가 어떻게 골라 드렸는지 그대로 적어 보겠습니다.

    시장 나무 상자 위에 가지런히 놓인 윗부분이 초록빛인 무

    먼저 답부터
    손바닥으로 두드려 소리가 맑고, 들었을 때 묵직한 무를 고르세요. 꼭지 자른 자리가 까맣게 변하지 않았는지도 보세요. 추석 무렵 무는 대부분 고랭지 무라 김장철 무보다 연하니, 더 단단한 걸 고르는 게 요령입니다. 탕국에는 무의 가운데 흰 부분을 쓰시면 됩니다.

     

    제가 무를 골라 드리던 순서

    먼저 두드려 봅니다. 무를 두세 개 집어 들고 손바닥으로 툭툭 쳐 봅니다. 속이 꽉 찬 무는 소리가 맑고 단단하게 울립니다. 겉은 멀쩡해도 소리가 둔하게 퍼지면 속에 바람이 든 경우가 많았습니다. 바람이 들었다는 건 무 속이 솜처럼 푸석해졌다는 뜻입니다. 이런 무는 썰어 보면 가운데가 스펀지 같고, 국에 넣으면 금방 흐물흐물해집니다.

    다음은 무게입니다. 비슷한 크기 두 개를 양손에 하나씩 들어 보면 차이가 확 납니다. 묵직한 쪽이 속이 찬 무입니다. 크기에 비해 가볍게 느껴지면 내려놓으세요.

    꼭지와 겉을 봅니다. 잎이 달린 무면 잎이 선명한 초록색이고 처지지 않은 것, 잎을 잘라 낸 무면 자른 자리가 바싹 마르거나 까맣게 변하지 않은 것이 싱싱합니다. 잔뿌리가 적고 표면이 매끈하면 더 좋습니다.

    너무 굵은 건 피합니다. 크고 굵은 무가 좋은 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은데, 길이는 짧은데 굵기만 한 무는 속이 거친 경우가 있습니다. 적당한 크기에 묵직한 무가 국에는 더 잘 맞았습니다. 탕국 한 솥이면 무 한 개로 충분합니다.

     

    무 한 개, 탕국에 다 넣지 마세요

    무를 사 가시는 분들께 꼭 드리던 말이 있습니다. 한 개를 통째로 탕국에 넣지 말고 부위별로 나눠 쓰시라고요. 무는 위쪽과 아래쪽 맛이 다릅니다.

    부위 이렇게 쓰세요
    윗부분 (초록빛 도는 쪽) 단맛이 있음 무생채, 무나물
    가운데 (희고 굵은 쪽) 맛이 고르고 단단함 탕국, 뭇국 같은 국물
    아랫부분 (뿌리 쪽) 맵싸한 맛 무조림, 생선조림


    가운데 부분은 오래 끓여도 잘 흐트러지지 않아서 탕국에 제일 잘 맞습니다. 번거롭게 들리실 수 있는데, 한 번 해 보신 분들은 다음에도 꼭 이렇게 하셨습니다. 지난 명절에 이 얘기를 듣고 가신 손님이 다음 명절에 "그렇게 했더니 좋더라" 하며 다시 찾아오신 적도 있습니다.

    차례상 탕국에 토란을 같이 넣는 집이라면 토란도 미리 봐 두세요. 토란은 흙 묻은 채로 사셔야 합니다에 고르는 법을, 토란국 레시피에 끓이는 법을 적어 두었습니다.

     

    추석 무는 아직 가을무가 아닙니다

    무는 언제 씨를 뿌려 어디서 키웠느냐에 따라 맛이 꽤 다릅니다(출처: 농촌진흥청).

    • 여름무(고랭지무) — 7~8월 무렵 씨를 뿌려 강원도 평창, 강릉 같은 높은 곳에서 키웁니다. 조직이 연해서 쉽게 무르고, 단맛이 덜한 편입니다.
    • 가을무(김장무) — 8~9월에 씨를 뿌립니다. 윗부분 초록빛이 진하고 단단하며, 달고 시원한 맛이 있어 김장과 동치미에 씁니다.
    • 겨울무(월동무) — 11~12월에 씨를 뿌려 제주도에서 키웁니다. 단맛이 많고 단단합니다.

    가을무는 8~9월에 씨를 뿌리니, 추석 때는 아직 한창 자라는 중입니다. 그래서 추석 무렵 매대에 깔리는 무는 대부분 고랭지 무였습니다. 찬 바람 맞고 큰 진짜 가을무는 추석이 한참 지나야 들어옵니다.

    이걸 모르면 "왜 이번 탕국은 무가 좀 싱겁지?" 하고 그냥 넘어가게 됩니다. 저는 그래서 명절 앞에는 오히려 더 깐깐하게 골랐습니다. 연한 무일수록 바람 든 게 섞여 있기 쉬우니, 위에 적은 순서대로 두드려 보고 들어 보는 게 더 중요해집니다.

     

    남은 무, 냉장고 구석에 두면 버리게 됩니다

    명절이 끝나면 무 반 토막을 냉장고 구석에 넣어 두었다가 흐물흐물해진 채로 버리는 집이 참 많습니다. 제가 보기엔 제일 아까운 장면입니다.

    안 씻은 통무는 흙이 묻은 채로 신문지에 싸서 서늘하고 바람 잘 통하는 곳에 두세요. 뿌리가 아래로 가게 세워 두면 무에 눌리는 힘이 줄어 덜 무릅니다. 윗부분은 물기가 가장 먼저 빠지는 곳이라 자르지 말고 두는 게 좋습니다(출처: 위키트리).

    씻었거나 자른 무는 키친타월로 감싼 뒤 비닐에 넣어 냉장고 채소칸에 넣으세요.

    탕국 끓이고 남은 무는 국 끓일 크기로 썰어 얼려 두는 걸 제일 권합니다. 얼린 무는 녹이지 말고 끓는 국물에 바로 넣으면 됩니다(출처: 우리의식탁). 명절 끝나고 뭇국 한 번 더 끓이기 딱 좋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미 바람 든 무를 사 왔으면 어떻게 하나요?

    A. 푸석한 가운데 부분은 도려내고 멀쩡한 쪽만 쓰세요. 탕국처럼 오래 끓이는 국보다는 짧게 익히는 조림이나 볶음에 쓰시는 편이 낫습니다.

     

    Q. 얼린 무는 생채로 먹어도 되나요?

    A. 얼렸다 녹이면 아삭한 맛이 사라져서 생채로는 맞지 않습니다. 국, 탕, 조림처럼 익혀 먹는 요리에만 쓰세요.

     

    장 보러 가시기 전에

    탕국 맛의 절반은 무에서 납니다. 고기를 아무리 좋은 걸 써도 무가 바람 든 거면 국물이 밍밍하고 무는 금세 풀어집니다. 무 앞에서 딱 30초만 더 쓰세요. 두드려 보고, 들어 보고, 꼭지 한 번 보는 것. 제 경험상 그 30초가 국 한 솥 맛을 바꿔 놓습니다.

    참고: 농촌진흥청 - 김장용 무 잘 고르려면? / CJ온스타일 - 무 고르는 법 / 위키트리 - 무 보관법 / 우리의식탁 - 무 보관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