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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옥은 기다려 준다고 오래 있어 주는 사과가 아닙니다. 가게 앞에 보인다 싶으면 어느새 들어가 버리는, 딱 한철 반짝 나왔다 사라지는 사과입니다. 그래서 홍옥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보이면 그날 사야 한다"는 말을 괜히 하는 게 아닙니다. 오늘은 제가 시장에서 홍옥을 떼어다 팔면서 골랐던 기준, 그리고 사 드시는 입장에서 알아 두면 좋은 이야기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홍옥은 잠깐 나왔다 들어가는 사과입니다
시장에서 홍옥을 받아 보면 제일 먼저 느끼는 게 "이건 오래 파는 물건이 아니구나"입니다. 부사처럼 겨울 내내 창고에서 꺼내 파는 사과가 아니라, 잠깐 들어오다가 어느 순간 뚝 끊깁니다. 장사하는 입장에서는 들어올 때 부지런히 팔아야 하고, 사 드시는 입장에서는 눈에 띌 때 챙기셔야 하는 사과입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홍옥은 우리나라에서 오래 길러 온 품종으로 10월에 익는 늦은 사과인데, 병에 약하고 수확 전에 열매가 많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그렇다 보니 기르는 농가가 줄었고, 나무에 오래 두면 떨어져 버리니 조금 이르게 따는 경우도 많습니다. 요즘은 개량된 홍옥이 9월 20일 무렵부터 나오기도 한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건, 여름에 많이 드시는 아오리(쓰가루)가 바로 이 홍옥과 골든데리셔스를 교배해서 만든 사과라는 점입니다. 아오리의 새콤한 기운이 어디서 왔는지 생각해 보면 홍옥 맛이 대충 짐작되실 겁니다. 홍옥 바로 앞에 나오는 사과가 궁금하시면 아리수 사과 이야기도 함께 보셔도 좋습니다.
빨갛게 익고 하얀 분이 앉은 걸 고르세요
제가 홍옥을 사 올 때 가장 먼저 본 건 색이었습니다. 겉이 고르게 빨갛게 익은 것을 골랐습니다. 홍옥은 원래 껍질이 짙은 홍색이 나는 사과라서, 색이 덜 든 것은 아직 덜 익었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일찍 딴 홍옥은 신맛만 도드라지기 쉬워서, 새콤한 가운데 단맛도 받쳐 주는 맛을 원하시면 빨간 기가 꽉 찬 것을 고르시는 게 낫습니다.
두 번째로 본 건 껍질 위에 하얗게 앉은 분이었습니다. 되도록 이 흰 분이 남아 있는 걸 사 왔습니다. 이 분은 과일이 스스로 만드는 얇은 막 같은 것이라, 손을 많이 타거나 이리저리 굴러다닌 사과는 이게 닦여 나가서 반들반들해집니다. 그러니 흰 분이 살아 있다는 건 그만큼 덜 만져지고 싱싱하게 들어왔다는 표시로 봤습니다.
사 드시는 분들이 가끔 이 흰 분을 보고 "약 친 거 아니냐"고 물으시는데, 드시기 전에 물에 씻어 내시면 됩니다. 오히려 반짝반짝 윤이 나게 닦아 놓은 사과보다 이런 사과가 산지에서 막 올라온 모양에 가깝습니다. 매대에서 고르실 때는 색이 고르게 빨간지, 흰 분이 남아 있는지, 눌린 자국이나 무른 데는 없는지 이 세 가지만 보셔도 크게 실패하지 않습니다.
큰 것보다 주먹만 한 게 더 비쌉니다
사과는 크면 좋은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부사나 홍로는 실제로 굵은 게 값도 더 나가니까요. 그런데 홍옥은 좀 다릅니다. 제가 떼다 팔아 보면 오히려 주먹만 한 크기가 맛이 더 좋았고, 값도 그쪽이 더 나갔습니다.
홍옥은 원래 작은 사과입니다. 한 알 무게가 대략 170~230g 정도로, 300g이 훌쩍 넘는 홍로 같은 사과에 비하면 한참 작습니다. 이 품종은 제 크기일 때 맛이 제대로 들어 있고, 유난히 큰 것은 맛이 좀 퍼지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장사하는 입장에서도 주먹 크기를 더 쳐줬습니다.
그러니 홍옥을 사실 때는 "큰 게 좋겠지" 하고 굵은 것만 고르지 마시고, 손에 쥐었을 때 꽉 차는 주먹 크기에 묵직한 것을 찾아보세요. 같은 사과라도 품종마다 좋은 크기가 다르다는 것만 알아 두셔도 장 볼 때 훨씬 수월합니다. 봉지를 씌워 키우는 늦가을 사과가 궁금하시면 양광 사과 글도 참고해 보세요.
어르신들이 홍옥을 찾는 이유
홍옥을 제일 많이 찾으시는 분들은 단연 어르신들이었습니다. 다른 사과는 달다고 사 가시는데, 홍옥은 신맛 때문에 사 가십니다. 예전에는 사과라고 하면 홍옥 아니면 국광이 대부분이었다고 하니, 어르신들께는 이 새콤한 맛이 곧 옛날 사과 맛인 셈입니다.
요즘 나오는 사과들은 대부분 단맛 위주로 개량되어 나옵니다. 그러다 보니 입맛이 단 사과에 익숙한 젊은 분들은 홍옥을 한 입 먹고 놀라시기도 합니다. 반대로 새콤한 걸 좋아하시는 분들은 다른 사과로는 이 맛을 채우기가 어렵다고들 하십니다. 신맛이 부담스러우시면 얇게 썰어 샐러드에 넣거나, 설탕과 함께 졸여 잼이나 파이 속으로 쓰셔도 좋습니다. 과육이 무르지 않고 신맛이 살아 있어서 익혀도 맛이 흐려지지 않습니다.
보관은 비닐봉지에 담아 냉장고 채소칸에 넣어 두시는 게 무난합니다. 사과는 다른 과일을 빨리 익게 하는 기운을 내뿜기 때문에, 다른 과일과는 따로 두시는 게 좋습니다. 다만 홍옥은 오래 두고 먹는 사과가 아니니, 사 오신 뒤 너무 묵히지 말고 맛있을 때 드시는 걸 권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홍옥은 언제 사야 하나요?
대체로 9월 말부터 10월 중순 사이에 잠깐 나옵니다. 오래 나오는 사과가 아니니 가게에서 보이면 그때 챙기시는 게 좋습니다.
Q. 껍질에 하얀 가루 같은 게 묻어 있어요. 괜찮은가요?
사과가 스스로 만드는 얇은 막입니다. 오히려 손을 덜 탄 사과라는 표시로 볼 수 있고, 드시기 전에 물로 씻으시면 됩니다.
Q. 큰 홍옥이 더 좋은 거 아닌가요?
홍옥은 원래 작은 품종이라 주먹만 한 크기가 맛도 좋고 값도 더 나갑니다. 크기보다는 색과 묵직함을 보세요.
Q. 너무 시어서 못 먹겠어요.
얇게 썰어 샐러드에 넣거나, 잼이나 파이처럼 익혀 드시면 신맛이 부드러워집니다.
마무리
홍옥은 고르는 기준이 어렵지 않습니다. 빨갛게 고루 익었는지, 하얀 분이 남아 있는지, 그리고 크기는 주먹만 한지. 이 세 가지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무엇보다 잠깐 나왔다 들어가는 사과이니, 새콤한 옛날 사과 맛이 그리우시다면 올가을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참고 자료
- 헤럴드경제 리얼푸드, 「달콤한 홍로·새콤한 홍옥·저장기간 긴 부사…품종 알면 맛 보이죠」
- 한국사과의우수성(k-apple.kr), 사과 품종 안내
- 문경하늘농장, 홍옥사과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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