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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상자를 열어 보면 손님들 손이 가장 먼저 가는 건 늘 제일 큰 송이입니다. 크고 묵직하니 알도 많고 맛도 좋을 것 같으니까요. 그럴 때마다 제가 드리는 말이 있었습니다. "송이가 크다고 다 좋은 건 아니에요." 올해도 포도 철이 끝나 가는 지금, 시장에서 포도를 받아 팔면서 손님들께 해 드렸던 이야기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포도는 6월 말부터, 산지를 바꿔 가며 이어집니다
시장에 포도가 보이기 시작하는 건 6월 말쯤입니다. 처음엔 물량이 많지 않다가 여름으로 들어서면서 점점 늘어나고,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는 경기도 화성 송산과 안산 대부도에서 올라오는 포도가 시장에 많이 깔립니다. 이 무렵 포도는 찾는 손님도 많고 회전도 빨랐습니다.
포도는 한 산지에서 계속 나오는 과일이 아닙니다. 남쪽이나 따뜻한 곳에서 먼저 나오고,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산지가 이어받는 식입니다. 지금 9월 말은 모동(상주) 쪽 포도가 들어오고 있는데, 이게 거의 마지막 물량입니다. 올해 포도는 이제 끝물로 접어들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상자 크기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요즘 가락시장에 들어오는 포도는 3kg 단위로 규격이 딱 정해져 있습니다. 상자 크기가 같으니 손님들도 상자끼리 비교하기가 한결 쉬워졌습니다. 같은 3kg 상자라도 안에 든 송이 모양은 제각각이라, 결국 고르는 눈이 필요한 건 똑같습니다.
송이가 크다고 다 좋은 건 아닙니다
장사하면서 손님들께 가장 많이 설명해 드린 게 이 부분입니다. 큰 송이를 집으시는 분께는 늘 "적당한 크기 송이가 안쪽까지 잘 익고 더 달아요"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송이가 너무 크고 알이 빽빽하게 붙어 있으면 바깥쪽 알은 햇빛을 잘 받지만, 안쪽 알은 가려져서 덜 익기 쉽습니다. 겉에서 보면 까맣게 잘 익은 것 같아도 송이를 뒤집어 안쪽을 보면 색이 연한 알이 섞여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송이는 먹다 보면 바깥 알은 단데 안쪽으로 갈수록 싱거워집니다.
반대로 적당한 크기에 알이 너무 촘촘하지 않은 송이는 안쪽까지 햇빛이 고루 들어서, 알마다 맛 차이가 적습니다. 그래서 저는 상자를 고르실 때 제일 큰 송이 말고 손에 들었을 때 알맞은 크기의 송이를 권해 드렸습니다.
고를 때 같이 보시면 좋은 것도 있습니다.
- 송이를 살짝 들어 안쪽 알까지 색이 고르게 들었는지
- 알 표면에 뽀얀 가루가 고르게 남아 있는지 (손을 많이 안 탄 포도라는 뜻입니다)
- 송이 줄기가 마르지 않고 푸른 기가 도는지
- 알이 줄기에 단단히 붙어 있는지
상자를 받으면 바닥부터 보세요
포도를 팔면서 가장 속상한 게 상하는 물건입니다. 흔들다 보면 알이 우수수 떨어지고, 무른 알이 터지면 즙이 새어 나와 상자 바닥이 끈적해집니다. 한 알이 터지면 그 즙이 옆 알까지 무르게 만들어서 금세 번집니다.
이렇게 알이 떨어지거나 무른 포도는 따로 모아 두었습니다. 포도즙을 내시는 분들이 일부러 찾아와 사 가시기도 했지만, 그렇게 나가는 건 일부이고 대부분은 버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손님들께도 "상자 받으시면 위만 보지 말고 바닥부터 보세요"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집에 가져가신 뒤에는 이렇게 하시면 오래 드실 수 있습니다.
- 상자를 열어 터지거나 무른 알부터 골라내세요.
- 씻지 말고 송이째 키친타월로 감싸 비닐이나 통에 넣어 냉장고에 두세요.
- 먹을 만큼만 가위로 잘라서, 먹기 직전에 흐르는 물에 씻으세요.
알이 좀 떨어졌다고 버리실 필요는 없습니다. 무르지만 않았으면 따로 모아 먼저 드시면 되고, 많이 물렀다면 즙을 내거나 잼으로 졸이셔도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포도는 언제가 제일 맛있나요?
A. 시장에는 6월 말부터 나오지만,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송산·대부도 포도가 많이 들어올 때가 한창입니다. 9월 말인 지금은 모동(상주) 쪽 포도가 들어오는 끝물입니다.
Q. 포도 상자는 몇 kg짜리를 사야 하나요?
A. 요즘 가락시장 포도는 3kg 단위로 규격이 정해져 들어옵니다. 식구가 적으면 3kg 한 상자로도 며칠 넉넉히 드실 수 있습니다.
Q. 알 표면의 하얀 가루는 씻어야 하나요?
A. 포도가 스스로 만드는 가루라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히려 고르게 남아 있으면 손을 덜 탄 포도입니다. 드시기 직전에 흐르는 물에 씻으시면 됩니다.
Q. 알이 떨어진 포도도 먹어도 되나요?
A. 무르거나 즙이 새지 않았으면 괜찮습니다. 다만 금방 상하니 따로 모아 먼저 드시고, 많이 무른 알은 즙이나 잼으로 쓰시는 게 좋습니다.
마무리
포도는 큰 송이가 눈에 먼저 들어오지만, 먹어 보면 적당한 송이가 안쪽까지 고르게 달 때가 많습니다. 상자를 고를 땐 송이 크기보다 안쪽 알 색을, 집에 오면 위보다 바닥을 먼저 보세요. 올해 포도는 끝물이지만, 내년 6월 말 첫 포도가 나올 때 이 기준을 한번 떠올려 보시면 좋겠습니다.
포도 철 끝자락에 새로 보이는 포도가 궁금하시다면 써니돌체 포도 이야기를, 껍질째 먹는 청포도가 궁금하시다면 샤인머스켓 고르는 법도 이어서 보세요.
참고 자료: 파이낸셜신문 포도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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