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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진열대 앞에서 거봉 한 송이를 집어 들었다가, 집에 와서 까보니 알이 물렁물렁하고 꼭지가 거의 다 빠져있었던 적 있으실 겁니다. 저도 처음 가락 농수산물 시장에서 물건을 받기 시작할 때 그 기준을 몰라서 손해를 봤습니다. 30년 가까이 거봉을 직접 만지고 팔아오면서 터득한 기준은 생각보다 단순했는데, 그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거봉이 귀해진 이유, 먼저 알고 고르자
거봉(巨峰)은 1942년 일본에서 품종개량이 완료된 포도입니다. 유럽 자생종인 Vitis vinifera와 아메리카 자생종인 Vitis labrusca를 교배해서 만들어진 종인데, 당도가 일반 포도보다 평균 4배 가량 높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수확 시기는 8월 말에서 9월 중순경으로, 여름이 끝나갈 무렵부터 시장에 풀리기 시작합니다.
제가 시장에서 물건을 받던 때를 돌아보면, 요즘은 확실히 거봉 물량이 줄었습니다. 예전에 거봉을 재배하시던 농가들이 상당수 샤인 머스캣으로 품종을 바꾸면서 공급 자체가 줄어든 겁니다. 그러다 보니 단가도 올라가고, 물건이 좋지 않아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많지 않은 상황이 됐습니다.
거봉 재배가 줄어든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거봉은 꽃떨이(화진)와 파과·낙과 문제가 오래된 골칫거리였습니다. 여기서 꽃떨이란 꽃이 수정되지 못하고 그냥 떨어져버리는 현상으로, 열매가 제대로 맺히지 않아 수확량이 크게 줄어드는 문제입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일본에서 피오네라는 품질개량종을 만들기도 했지만, 거봉 특유의 알즙과 향을 완전히 따라가지는 못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진짜 거봉을 제대로 고르는 안목이 더 중요해진 셈입니다(출처: 농촌진흥청 농사로).
- 거봉의 당도는 일반 포도보다 높은편
- 수확 시기는 8월 말~9월 중순으로 짧아 좋은 물건을 만날 기회가 한정적
- 샤인 머스캣으로의 농가 전환으로 거봉 공급 자체가 줄어드는 추세
- 꽃떨이·낙과 문제로 재배 난이도가 높아 품질 편차가 큰 편

과분과 꼭지 상태, 이 두 가지가 전부다
제가 직접 수십 년간 물건을 받아보면서 내린 결론은, 거봉을 고를 때 결정적인 기준은 딱 두 가지라는 겁니다. 과분(果粉)과 꼭지(과경) 상태입니다.
과분이란 포도 표면에 하얗게 덮인 분을 말합니다. 이것이 농약이라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은데, 실제로는 포도 자체가 수분 증발을 막기 위해 만들어내는 천연 보호막입니다. 과분이 고르고 두껍게 살아있는 송이일수록 수확 후 시간이 많이 지나지 않은, 신선한 물건이라는 뜻입니다. 제 경험상 이 분이 벗겨지고 알이 반질반질하게 된 물건은 이미 여러 번 손을 탄 것이라 당일 안에 빨리 처분해야 했습니다. 반대로 분이 잘 살아있는 송이를 진열하면 손님들 반응이 확연히 달랐습니다.
꼭지 상태도 그만큼 중요합니다. 과경(果梗), 즉 꼭지가 푸른빛을 유지하면서 탄력이 있는 것이 신선한 상태입니다. 꼭지가 갈색으로 마르기 시작하면 수확한 지 시간이 지났다는 신호인데, 제가 그날 입고된 물건의 신선도를 확인할 때 꼭지부터 봤을 정도입니다. 꼭지가 튼튼하게 붙어있는 송이일수록 알이 잘 떨어지지 않고, 당도도 안정적이었습니다(출처: 농촌진흥청 농사로).
요즘은 거봉이 봉지째 포장되어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서, 손님들이 안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하십니다. 그럴 때 저는 송이를 살짝 들어보시라고 안내해드렸습니다. 묵직하고 알이 고르게 차있는 느낌이 나는 송이가 좋은 물건입니다. 알 크기가 들쭉날쭉한 것은 재배 과정에서 영양 공급이 균일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고, 손님들 재구매율도 떨어졌던 기억이 납니다.
보관법 하나만 달라져도 신선도가 확 바뀐다
거봉을 사온 뒤 바로 씻어서 그릇에 담아 냉장고에 넣는 분들이 많은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의 실수입니다. 씻는 순간 표면의 과분이 벗겨지고, 수분이 알 속으로 역으로 스며들면서 무르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시장에서 손님들에게 항상 강조했던 부분이 바로 이것입니다. 먹기 직전에 씻고, 그 전까지는 절대 물에 닿지 않게 보관해야 한다는 것.
보관할 때는 씻지 않은 상태로 신문지나 키친타월로 송이를 감싸서 냉장고 야채칸에 넣어두면 됩니다. 이 방법이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주면서 알이 물러지는 것을 늦춰줍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신문지로 감싼 것과 그냥 비닐백에 넣어둔 것을 비교해보면 3일 이상 차이가 납니다.
마트에서 이미 씻겨서 포장된 거봉을 사는 경우에는 과분이 이미 벗겨진 상태라 신선도를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이 경우에는 포장 안에 물기가 맺혀 있는지, 알이 서로 짓눌려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는 것이 그나마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재래시장이나 산지 직송으로 구매할 때 과분과 꼭지 상태를 직접 확인할 수 있어서 더 믿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손으로 직접 만지고 골라야 진짜 좋은 거봉을 만날 수 있습니다.
- 먹기 직전에만 씻는다 — 씻은 뒤 보관하면 과분이 제거되어 무름이 빨라짐
- 신문지 또는 키친타월로 감싼 뒤 냉장고 야채칸에 보관
- 포장 거봉은 내부 물기와 알 짓눌림 여부로 상태 확인
- 가능하면 시장에서 직접 과분·꼭지를 확인하고 구매하는 것이 가장 확실
자주 묻는 질문
Q. 거봉 표면의 하얀 가루, 농약 아닌가요?
A. 농약이 아닙니다. 과분(果粉)이라고 하는데, 포도가 수분 증발을 막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내는 천연 보호막입니다. 오히려 이 분이 고르게 살아있을수록 신선한 물건이라는 증거입니다. 시장에서 수십 년 동안 손님들께 가장 많이 설명했던 내용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Q. 거봉을 씻어서 냉장고에 보관해도 되나요?
A. 씻어서 보관하면 과분이 벗겨지고 알이 훨씬 빨리 물러집니다. 먹기 직전에 씻는 것이 맞고, 그 전까지는 신문지나 키친타월로 감싸서 냉장고 야채칸에 넣어두는 것이 신선도를 오래 유지하는 방법입니다. 제가 직접 비교해봤을 때 방법에 따라 3일 이상 차이가 났습니다.
Q. 요즘 왜 거봉이 예전보다 비싸진 것 같죠?
A. 거봉을 재배하던 농가들이 상당수 샤인 머스캣으로 품종을 전환하면서 공급 자체가 줄었기 때문입니다. 거봉은 꽃떨이와 낙과 문제로 재배 난이도가 높은 편인데, 관리가 상대적으로 쉬운 샤인 머스캣 쪽으로 농가들이 옮겨가면서 단가가 올라간 겁니다.
Q. 마트에서 봉지째 포장된 거봉은 어떻게 골라요?
A. 봉지째 들어있을 때는 송이를 살짝 들어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묵직하고 알이 고르게 차있는 느낌이 나는 것이 좋습니다. 포장 안쪽에 물기가 맺혀있거나 알이 서로 짓눌려 있는 경우는 피하는 것이 낫습니다.
Q. 거봉이랑 피오네는 어떻게 달라요?
A. 피오네는 거봉의 꽃떨이와 낙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에서 만든 품질개량종입니다. 씨가 없고 과육이 단단해 운반과 식감 편의성이 높지만, 거봉 특유의 진한 알즙과 향은 따라가지 못합니다. 제 경험상 두 품종을 나란히 두고 먹어보면 향의 깊이에서 차이가 느껴집니다.
결론
가락 농수산물 시장에서 30년 가까이 거봉을 다루면서 몸으로 배운 것은, 겉모습보다 과분과 꼭지 상태가 진짜 신선도를 가르는 기준이라는 사실입니다. 화려한 포장보다 하얀 분이 고르게 살아있고, 꼭지가 푸르고 탄탄한 송이를 고르는 것. 이 두 가지만 기억하셔도 실패 확률이 크게 줄어든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거봉은 점점 귀해지는 품종입니다. 샤인 머스캣에 밀려 재배 농가가 줄고 있지만, 알즙에서 느껴지는 깊은 단맛과 향은 다른 포도 품종이 쉽게 대체하기 어렵습니다. 좋은 거봉을 만났을 때 제대로 골라 신선하게 즐기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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