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당근을 보면 흙이 덕지덕지 붙어 있고, 끝에는 잔뿌리가 실처럼 삐져나와 있습니다. 마트 비닐봉지 속 반들반들한 당근만 보시던 분들은 "이거 너무 지저분한 거 아니야?" 하실 수도 있어요. 그런데 장사하는 쪽에서 보면 이렇게 흙 묻은 당근이 오히려 마음 편한 물건입니다. 제가 당근을 떼다 팔 때 기준은 단순했습니다. 흙당근은 국내산만 들여왔고, 수입 당근은 늘 깨끗하게 씻긴 세척당근 상태로만 들어왔어요. 오늘은 흙당근과 세척당근이 어떻게 다른지, 상자 앞에서 어떤 당근을 집으면 되는지, 사 온 뒤에는 어떻게 두면 오래 가는지까지 차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흙당근과 세척당근, 뭐가 다를까가장 먼저 눈에 띄는 차이는 당연히 흙입니다. 제 가게에서는 흙이 묻은 채로 들어오는 당근은 전부 국내산이었고, 수..
꽈리고추를 팔 때 손님들이 하시는 말은 거의 정해져 있었습니다. "이거 매워요?" 열 분 중 여덟아홉 분은 이 말부터 꺼내셨습니다. 아이 반찬으로 멸치볶음을 하려는 분도, 어르신 드릴 찜을 하려는 분도 결국 궁금한 건 하나였습니다. 꽈리고추는 원래 순한 고추로 알려져 있지만, 막상 사 와서 볶아보면 유난히 매운 게 섞여 있어서 당황하는 일이 생기기 때문입니다.오늘은 꽈리고추를 직접 떼어다 팔던 입장과 집에서 사 먹는 입장, 두 쪽에서 본 고르는 법과 보관법을 정리해 보겠습니다.같은 상자 안에서도 매운 놈이 섞여 있습니다제가 꽈리고추를 가져올 때는 늘 4kg 상자 단위였습니다. 4kg이면 꽤 많은 양인데, 같은 상자 안에서도 어떤 건 달큰하고 어떤 건 혀가 얼얼할 만큼 맵습니다. 처음엔 상자마다 운이라고 ..
홍옥은 기다려 준다고 오래 있어 주는 사과가 아닙니다. 가게 앞에 보인다 싶으면 어느새 들어가 버리는, 딱 한철 반짝 나왔다 사라지는 사과입니다. 그래서 홍옥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보이면 그날 사야 한다"는 말을 괜히 하는 게 아닙니다. 오늘은 제가 시장에서 홍옥을 떼어다 팔면서 골랐던 기준, 그리고 사 드시는 입장에서 알아 두면 좋은 이야기를 정리해 보겠습니다.홍옥은 잠깐 나왔다 들어가는 사과입니다시장에서 홍옥을 받아 보면 제일 먼저 느끼는 게 "이건 오래 파는 물건이 아니구나"입니다. 부사처럼 겨울 내내 창고에서 꺼내 파는 사과가 아니라, 잠깐 들어오다가 어느 순간 뚝 끊깁니다. 장사하는 입장에서는 들어올 때 부지런히 팔아야 하고, 사 드시는 입장에서는 눈에 띌 때 챙기셔야 하는 사과입니다.이유가 있..
연시를 택배로 보내 놓고 가장 마음 졸이는 전화가 있습니다. "상자를 열었더니 몇 개가 터져서 옆에 것까지 다 묻었어요." 그런데 반대 전화도 옵니다. "며칠을 뒀는데 아직도 딱딱해요, 언제 먹어요?" 연시는 이 두 전화 사이 어디쯤에서 골라야 하는 과일입니다. 지금 시장에 들어오는 건 대부분 청도에서 올라온 5kg 상자인데, 같은 상자 안에서도 익은 정도가 제각각이라 보는 눈이 조금 필요합니다.지금 들어오는 연시는 청도 반시입니다요즘 들어오는 연시 상자를 보면 거의 다 청도 것입니다. 5kg 상자에 납작하고 동글동글한 감이 줄 맞춰 들어 있는데, 이게 바로 청도 반시입니다. 이름의 '반'은 곡식 말리는 채반처럼 납작하게 생겼다고 해서 붙은 것이라고 합니다. 길쭉하게 생긴 일반 떫은감(둥시)과는 모양부터..
상자 뚜껑을 열면 먼저 색이 눈에 들어옵니다. 한 송이 안에 분홍빛, 붉은빛, 연둣빛이 섞여 있고, 알은 동그랗지 않고 달걀처럼 길쭉합니다. 시장에서는 이 포도를 다들 "써니돌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과일을 오래 만져온 저도 이 이름이 정확한 표기인지 자신 있게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그만큼 시장에서도 아직 낯선 포도입니다.오늘은 이 낯선 포도를 두고, 시장에서 직접 본 것과 따로 찾아본 자료를 나눠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모르는 부분은 모른다고 적었습니다.써니돌체는 어떤 포도인가요찾아보니 써니돌체는 일본 야마나시현 과수시험장에서 만든 품종이라고 합니다. 바라디와 루비오쿠야마라는 두 포도를 교배해서 나왔고, 알 모양은 길쭉한 타원형으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사진 속 포도알이 동그랗지 않..
"이건 무슨 사과예요?" 노란 사과가 처음 시장에 깔렸을 때 가장 많이 들은 말입니다. 빨간 사과만 보던 손님들 눈에는 낯설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한 번 맛을 본 분들은 그다음부터 이름을 기억해 두셨다가 먼저 찾으셨습니다. 지금은 시나노골드가 인기가 참 좋은 사과가 됐습니다. 올해도 시나노골드가 이제 막 시장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노란 사과를 어떻게 골라야 하는지, 시장에서 보는 기준으로 정리해 봤습니다.시나노골드는 어떤 사과인가요시나노골드는 일본에서 나온 품종으로, 골든딜리셔스와 천추(센슈)라는 사과를 교배해 만들었습니다. 껍질은 초록빛과 황금빛이 섞인 노란색이고, 한 입 베어 물면 아삭하면서 과즙이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청송 같은 사과 주산지에서도 많이 키우고, '황금사과'라는 이름으로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