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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고구마를 사 왔는데 생각보다 안 달아서 실망한 적 있으신가요? 저도 장사하던 시절 그 말을 손님한테 꽤 많이 들었습니다. 알고 보면 고구마 자체가 나빠서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인데, 고르는 법부터 보관 방법까지 몇 가지만 알아두면 같은 고구마도 훨씬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고구마 고르는 법, 시장에서 몸으로 배웠습니다
흔히 "껍질이 예쁘고 흠집 없는 걸 고르면 된다"고들 하지만, 제가 겪어보니 이건 절반만 맞는 말이었습니다. 저는 새벽 시장에서 고구마 상자를 받으면 손바닥으로 하나씩 쥐어보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단단함이 먼저입니다. 살짝이라도 물렁하면 이미 속이 상하기 시작한 것이라 아무리 껍질이 깨끗해도 건지기 어렵습니다.
모양도 중요합니다. 길쭉하게 늘어진 것보다 짧고 통통하게 알이 굵은 게 속이 꽉 차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표면에 수염처럼 가는 잔뿌리가 많은 것은 손님께 잘 권하지 않았습니다. 잔뿌리가 많고 홈이 깊게 파인 고구마는 섬유질이 많아 씹을 때 질긴 경우가 많습니다. 맛이 없는 건 아니지만 "포슬포슬하다", "촉촉하다"를 기대하는 분께는 맞지 않습니다.
껍질은 탄력이 살아 있고 표면이 살짝 말라 있는 것이 좋습니다. 작은 흠집 정도는 크게 문제 되지 않습니다. 제가 장사할 때도 상처 난 것은 따로 골라 싸게 넘겼는데, 맛이 나빠서가 아니라 보관하는 동안 그 자리부터 썩기 쉽기 때문이었습니다. 사는 입장에서도 흠집 난 것은 사자마자 먼저 드시면 전혀 문제없습니다.
껍질 색이 고르고 진한지도 확인해 보세요. 색이 얼룩덜룩하거나 일부가 거뭇하게 변한 것은 너무 차가운 곳에 오래 있었을 수 있습니다. 고구마는 추위에 약해서, 찬 곳에 오래 두면 속이 거뭇해지고 식감이 떨어집니다. 겉만 봐서는 알기 어렵지만 껍질 색이 힌트가 되기도 합니다.
밤고구마·호박고구마, 이름만 보고 사면 실망합니다
요즘 온라인에서 "꿀고구마", "호박고구마"라는 이름을 보고 산 분들이 "기대한 맛이 아니었다"고 하시는 경우를 꽤 봤습니다. 솔직히 이름 자체가 헷갈리게 만드는 면이 있습니다. 이 이름들은 정식 품종 이름이라기보다 식감을 두고 시장에서 굳어진 호칭에 가깝습니다.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 밤고구마: 익히면 포슬포슬하고 퍽퍽한 식감입니다. 삶은 밤처럼 포근하게 씹히는 맛을 좋아하는 분께 맞습니다.
- 호박고구마: 껍질이 누런 편이고 속이 주황빛입니다. 촉촉하고 부드럽게 씹히며 단호박처럼 달큰한 맛이 납니다.
- 꿀고구마: 주로 베니하루카라는 품종을 이렇게 부릅니다. 껍질이 붉고, 구우면 꿀처럼 진득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다만 갓 캤을 때는 밤고구마와 구별이 어려울 만큼 퍽퍽하고, 두고 먹어야 제맛이 납니다.
판매 페이지에 "꿀처럼 달다", "당도 최고"라고 적혀 있어도 막상 받아보면 다를 수 있습니다. 언제 캤는지, 어느 산지에서 왔는지, 얼마나 두었는지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같은 꿀고구마라도 캐자마자 받으면 포슬포슬하고, 시간이 지나면 점점 촉촉해집니다. 제가 보기엔 이름보다 수확 시기와 보관 기간이 맛을 더 크게 좌우합니다.
그러니 온라인에서 고구마를 사실 때는 품종 이름보다 "언제 캤는지"와 "산지"를 먼저 확인하시는 게 낫습니다. 그런 정보가 없는 곳이라면 사기 전에 한 번 물어보시길 권합니다.
고구마, 냉장고에 넣으면 안 되는 이유
장사하면서 손님들께 가장 많이 들은 하소연 중 하나가 "고구마를 냉장고에 넣었더니 속이 거뭇하게 변했어요"였습니다. 들고 오신 것을 잘라 보면 속이 군데군데 까맣게 변해 있었습니다. 고구마는 10도 아래에서 오래 두면 속이 상하고 단맛과 식감이 떨어집니다. 냉장고는 고구마한테 너무 차갑습니다.
보관하기 알맞은 온도는 12~15도 정도입니다. 베란다나 다용도실처럼 서늘하고 그늘진 곳이 좋습니다. 이런 곳에 두면 보관하는 동안 고구마 속 전분이 조금씩 당으로 바뀌어 단맛이 올라옵니다. 햇고구마가 두면 둘수록 달아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예전에는 흙 묻은 고구마가 대부분이었는데, 요즘 시장에 들어오는 고구마는 거의 다 깨끗하게 세척된 상태로 옵니다. 보기에는 좋지만, 흙이 껍질을 감싸주던 역할이 없어서 흙 고구마보다 보관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세척 고구마를 사 오셨다면 겉에 물기가 남아 있지 않은지 먼저 확인하고, 축축하면 그늘에서 잠깐 말린 뒤 보관하세요. 혹시 흙 묻은 고구마를 구하셨다면 마른 흙은 그대로 두시고 물로 씻지 마세요. 집에서 씻은 고구마는 곰팡이가 생기기 쉬워서 1~2일 안에 드시는 게 좋습니다.
비닐봉지에 몰아 담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습기가 차면 금방 물러집니다. 신문지로 하나씩 감싸서 구멍 뚫린 상자에 1~2단으로 담아두는 방법이 가장 오래갑니다. 상처 난 것은 미리 골라내어 먼저 드시고, 일부만 무른 경우 그 부분만 도려내고 쓰셔도 되지만 냄새가 이상하면 미련 없이 버리시는 게 맞습니다.
하나 더 말씀드리면, 받자마자 한꺼번에 드시지 말고 조금씩 꺼내 드셔 보세요. 뒤로 갈수록 단맛이 올라오는 게 느껴집니다. 저도 집에 한 상자 두고 날마다 몇 개씩 쪄 먹어봤는데, 같은 상자에서 꺼낸 고구마가 일주일 차이로 확실히 달랐습니다. 에어프라이어로 드신다면 170도 안팎에서 40분 이상, 중간에 한 번 뒤집어 천천히 익히면 단맛이 더 살아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햇고구마를 바로 먹으면 왜 덜 달까요?
A. 캐자마자는 전분이 많고 단맛이 덜합니다. 서늘한 곳에 며칠 두면 전분이 조금씩 당으로 바뀌어 단맛이 올라옵니다. 받자마자 다 드시기보다 조금씩 꺼내 드시는 게 좋습니다.
Q. 꿀고구마와 호박고구마는 어떻게 구별하나요?
A. 껍질 색으로 어느 정도 구분됩니다. 꿀고구마는 껍질이 붉은 편이고, 호박고구마는 껍질이 누런 편에 속이 주황빛입니다. 다만 정식 품종 이름이 아니라서 산지와 수확 시기에 따라 맛과 식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고구마를 냉장고에 넣으면 안 되나요?
A. 냉장고는 고구마에게 너무 차갑습니다. 10도 아래에 오래 두면 속이 거뭇해지거나 식감이 나빠집니다. 베란다나 다용도실처럼 서늘한 곳에 두시는 게 좋습니다.
Q. 세척된 고구마는 어떻게 보관하나요?
A. 요즘 파는 고구마는 대부분 세척되어 나옵니다. 겉에 물기가 없는지 확인하고, 신문지로 하나씩 감싸 서늘한 곳에 두세요. 흙 고구마보다 상하기 쉬운 편이니 되도록 빨리 드시는 게 좋습니다. 흙 묻은 고구마라면 씻지 말고 그대로 두시는 게 더 오래갑니다.
Q. 고구마 일부가 물렁하면 버려야 하나요?
A. 물렁한 부분이 작고 냄새가 괜찮다면 그 부분만 넉넉히 도려내고 쓰셔도 됩니다. 냄새가 이상하거나 변색이 넓게 퍼져 있다면 버리시는 게 안전합니다.
결국 햇고구마는 고르는 것보다 어떻게 두느냐가 맛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단하고 통통한 걸 골라서, 물기 없이 신문지에 감싸 서늘한 곳에 두고, 며칠 지나 조금씩 꺼내 드시면 같은 고구마도 전혀 다른 맛이 납니다. 이번 가을 햇고구마 한 상자 들여놓으신다면 이것만 기억해 두셔도 충분합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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