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머루 상자를 받아 들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표면에 뽀얗게 낀 흰 가루를 보고 "이거 농약 아니에요?"라는 말이 나왔거든요. 그게 벌써 10년 전 일인데, 지금도 시장에서 머루를 사는 분들 중 상당수가 같은 오해를 하고 있습니다. 야생에서 자란 산머루와 요즘 마트에서 파는 개량 머루포도, 이 둘은 겉모양은 비슷해도 성질이 꽤 다릅니다. 야생 머루가 시장에 나타나는 계절9월 초가 되면 경매장 한쪽에 낯선 상자들이 조용히 쌓이기 시작합니다. 청포도나 캠벨 상자와는 분명히 다른, 알이 잔뜩 작고 색이 거의 검은 데다 표면이 뿌옇게 덮인 그 상자들이 바로 산머루입니다. 제가 직접 다뤄봤는데, 처음 몇 년은 이 물건의 특성을 몰라서 꽤 손해를 봤습니다.머루는 포도과에 속하는 덩굴식물로, 산..
마트 진열대 앞에서 거봉 한 송이를 집어 들었다가, 집에 와서 까보니 알이 물렁물렁하고 꼭지가 거의 다 빠져있었던 적 있으실 겁니다. 저도 처음 가락 농수산물 시장에서 물건을 받기 시작할 때 그 기준을 몰라서 손해를 봤습니다. 30년 가까이 거봉을 직접 만지고 팔아오면서 터득한 기준은 생각보다 단순했는데, 그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거봉이 귀해진 이유, 먼저 알고 고르자거봉은 일본에서 만들어진 포도 품종으로, 알이 크고 당도가 높은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이름 그대로 큰 봉우리라는 뜻인데, 실제로 알 하나가 웬만한 방울토마토만 합니다. 수확 시기는 8월 말에서 9월 중순경으로, 여름이 끝나갈 무렵부터 시장에 풀리기 시작합니다.제가 시장에서 물건을 받던 때를 돌아보면, 요즘은 확실히 거봉 물량이 줄었습..
국내산 자두는 6월 말부터 9월 초까지, 품종별로 순서대로 나옵니다. 저도 처음엔 색깔 짙고 탐스러운 걸 집어들었다가 신맛에 당황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 경험이 쌓이면서 자두는 겉만 보고 고르면 안 된다는 걸 몸으로 익혔습니다.품종별 특징 — 시기가 곧 맛이다일반적으로 자두는 색이 짙을수록 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절반만 맞습니다. 색보다 훨씬 중요한 게 품종과 수확 시기입니다.자두는 복숭아, 살구, 매실처럼 가운데에 단단한 씨가 든 과일입니다. 같은 무리에 속해도 품종에 따라 단맛과 신맛의 균형이 완전히 다릅니다.초여름에 가장 먼저 나오는 건 대석조생입니다. 가장 일찍 익는 품종이라는 뜻인데, 신맛이 강하고 단맛은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대석을 일부러 찾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