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는 냉장고에 넣어야 오래간다고 다들 믿습니다. 저도 한때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가락시장에서 바질을 다뤄온 지 꽤 됐을 무렵, 냉장고에 넣은 바질이 다음 날 아침 시커멓게 변해 있는 걸 처음 봤을 때의 당혹감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품목이었습니다.바질 고르는법 — 잎 한 장이 전부를 말한다진열대에서 바질을 고를 때 저는 제일 먼저 잎 가장자리를 봅니다. 말려 있거나 검은 점이 찍힌 것은 이미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라 집에 가져가도 하루를 버티기 어렵습니다. 절단면, 즉 줄기 밑동이 갈색으로 산화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팔린 지 시간이 꽤 지난 물건입니다.잎 색깔은 밝은 연두색이 이상적입니다. 짙은 녹색에 잎이 두툼한 건 웃자란 것으로, 한 번 손으로 잎을 눌러보면 금방 압니다. ..
솔직히 저는 라디치오를 처음 취급하기 시작했을 때, 이 채소가 이렇게 까다로운 품목인 줄 몰랐습니다. 가락 농수산물 시장에서 오래 일하면서도 라디치오만큼 일반 채소와 결이 다른 건 드물었는데, 검색해보면 마치 동네 마트에서 쉽게 살 수 있는 것처럼 나오는 정보가 많아서 처음엔 저도 헷갈렸습니다. 이 글은 유통 현장에서 직접 다뤄본 경험을 바탕으로, 라디치오를 찾는 분들이 헛걸음하지 않도록 쓴 글입니다.유통 현실 — 마트에서 못 찾는 이유가 따로 있습니다라디치오는 치커리(chicory)의 재배종입니다. 여기서 치커리란 국화과에 속하는 쌉쌀한 잎채소류를 통칭하는 말로, 라디치오는 그 중에서도 이탈리아 북부에서 개량된 품종입니다. 둥근 양배추 형태에 짙은 자줏빛 잎과 흰 잎맥이 선명하게 갈라지는 게 특징이고,..